미지북클럽의 수업은 당장 어제부터 시작된 기말고사로 시험공부에 파묻힌 나에게 시험공부보다 더 가치있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눈 앞에 있는 시험점수만을 위해 공부하기 보다 세상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어떤 사회 구조 속에서 왜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은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득권이 만들어놓은 규율이 나의 모든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는 결론이었지만 그러한 의식조차 없이 일상 속에 익숙해져 사는 것과는 명백히 다른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느꼈듯이 돈으로 도배된 세상에 대한 환멸이 더욱 선명해졌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문명화된 시대에 만족하지 않고 비판적인 시선을 가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건방진 생각이겠지만,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면 누릴수록 썩어가는 인간의 정신적 측면은 문명화 이전의 생활보다 나은 것을 찾아볼 수 없게 한다. 자본주의의 피폐함을 알게 될수록 돈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돈을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

  경주 트랙과 같은 끝없는 경쟁에서 벗어나 서로 연대하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그 속에 순응하며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 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가 밟고 있는 잡초부터 뽑아나갈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잊지 말고 계속 고민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